1901~1936
심훈기자

심훈(沈熏, 본명 심대섭 沈大燮)의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는 조선일보와 문자보급운동을 소재로 한 것이다. 심훈은 1928년부터 1931년까지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했고, 이 기간은 조선일보가 문자보급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던 때였다. 심훈이 이 운동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것은 그 자신이 조선일보 기자로서 문자보급운동의 전 과정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소설은 문자보급운동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위로하는 다과회가 ‘ㅇㅇ일보사’ 대강당에서 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심훈은 소설, 시, 시나리오, 수필, 평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글을 쓰는 전방위 문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1926년 이경손 감독의 <장한몽>에서 여주인공 심순애의 상대역인 이수일 역을 맡은 배우이기도 했다. 한때 영화감독도 했다. 다재다능하기로는 배우이자 화가이며 영화에도 손을 댄 조선일보 학예부장 안석주와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가 있었다. 검은 테 로이드 안경을 쓴 잘생긴 얼굴로 엄숙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심훈은 장난이 매우 심했다. 어느 날 심훈은 동갑내기 동료인 안석주와 같이 길을 걸어가다 앞에 가는 일본 순경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일본 순경은 흘긋 뒤를 돌아보았으나 점잖은 양복 차림의 두 신사만 보일 뿐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 가다가 또 그러고 또 그러고 했으나 어찌나 동작이 날쌘지 일본 순경은 끝내 그를 잡지 못했다. 심훈이 술에 취해 종로 네거리를 지나다 파출소 앞에 나와 있는 순경의 모자를 슬쩍 벗겨 들고서 줄행랑을 친 일도 있었다. 얼굴이 하얘진 순경은 “모자 내 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그 뒤를 쫓았다. 심훈은 모자를 들고 여기저기 도망치다 결국 순경이 싹싹 빌자 돌려주었다. 그는 이 일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윤석중은 “일본 사람을 힘으로 이길 수는 없으니까 이런 짓으로 골탕을 먹이며 분통을 푸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