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1998
홍종인편집국장·주필

1948년 11월부터 10년간 주필을 지내는 동안, 홍종인은 한글로만 사설을 썼다. 일제 때 기자로서 ‘내 글의 횃불을 추켜들고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던 그에겐 광복을 맞아 ‘마음 놓고 우리말로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감격이었다. 평양고보 재학 중 3·1운동에 가담했다가 퇴학당했고, 평양지국 기자로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광복 후 복간된 조선일보에서 편집국장을 거쳐 주필과 부사장, 회장을 지냈다. 엄청난 독서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과 실력을 갖춰 얻은 별명이 ‘홍박(洪博)’. 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 때는 개인 명의로 가장 먼저 광고를 실어 언론계 어른으로서 정권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 1984년 서울언론인클럽이 ‘홍박언론상’을 제정하려 하자 “나는 현역 기자”라는 말로 거절했다. 주필 시절에도 1953년 휴전협상 등 취재 현장을 지켰던 그는 영원한 현역 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