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1936년 8월 10일, 조선일보는 국제전화로 손 선수와 단독 인터뷰해 11일자에 대서특필했다. ‘세계재패한 영웅의 가슴도/ 뜨거운 흥분 식자 쓸쓸한 애수/ 마침내 우승은 햇으나 웬일인지 울고만 싶소’란 제목으로 우승의 감격과 겨레의 비애를 담았다. 기사에는 ‘왜 손기정이 울고 싶었는지’ 이유를 전혀 쓰지 않았으나 그게 나라 없는 슬픔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조선 독자는 없었다. 기사는 수화기 너머의 손 선수가 “네! 손기정이요”라고 한 마디 하고는 한참동안 그냥 흐느껴 울었다고 전해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두 차례의 국제전화료로 조선일보 기자 10명 월급이 한꺼번에 날아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최첨단’ 취재였다.